스토리텔링 ( 소수서원 연인소나무 - 2) > 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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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영임
작성일 19-01-24 16:32 | 조회 6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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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서원 연인소나무 2 / 전영임

은실은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핏기 없는 얼굴로 기력이 쇠해졌다. 항상 밝기만 했던 막내딸의 행동에 부모님의 걱정은 컸지만 의원도 어쩔 수 없는 방도에 시름만 깊어 갔다.

보름달이 휘영청 떠 오른 밤이었다. 동주가 너무 그리웠던 은실은 그와 함께 거닐었던 솔숲으로 갔다. 그곳은 동주와 함께 웃고 이야기하며 거닐었던 아름다운 추억이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서나마 동주의 흔적을 찾고 싶었다. 솔가지 사이로 하얀 달이 새어들고 있었다. 자박자박 걸어가며 그녀는 곳곳에 숨어있는 동주와의 추억을 떠올렸다. 은실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그와 나란히 앉아 보던 죽계천이 생각났다. 맑은 물 위로 태양이 뜨고, 은행나무와 소나무들이 들어와 눕고, 풀잎들이 눕고, 그 위에 둘이 거꾸로 비친 모습을 보며 장난하던 때가 생각났다. 은실은 천천히 돌다리를 건넜다. 취한대가 저만치 보였을 때 그녀는 그 앞에 웅크린 채 앉아있는 사람을 보았다. 한눈에 보아도 동주였다. 그는 그곳에서 가슴을 치며 소리 죽여 울고 있었다.

신이 계시다면 너무하십니다. 은실과 제가 서로 얼마나 많이 사랑하는지 아시지 않습니까? 저희에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저는 이제 어쩌란 말입니까?”

숨죽인 동주의 울음소리가 죽계천 물소리에 묻히고 있었다. 은실은 뒷걸음으로 풀숲에 숨었다. 그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곳이었다. 그곳에서 지금 동주는 가슴이 아파 어찌할 수 없어 처절하게 울고 있다. 자신의 조심성 없는 행동으로 동주를 저렇게 아프게 한 것이 은실은 지금 자신이 처한 아픔보다 더 크게 와 닿았다. 동주가 돌아갈 때까지 그녀는 숨어서 그를 지켜봤다. 은실의 두 눈에는 쉼 없이 눈물이 흘렀고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동주는 동이 틀 때쯤 돌아갔다. 은실은 자욱한 안개 속을 걸어 집으로 돌아오며 지금 자신이 처한 삶이 어쩌면 앞도 뒤도 보이지 않는 뿌연 안개 속 같다고 생각했다.

소쩍새가 구슬프게 우는 밤이었다. 은실은 단 한 줄의 유서도 없이 앞마당 감나무에 하얀 소복을 입고 목을 매 단 채 죽었다. 하인이 발견했지만 이미 은실은 싸늘한 주검이 되어 있었다. 그녀의 시신에서는 사랑을 고백하며 동주가 써 보낸 연서가 보자기에 싸여 가슴에 꼭 품어져 있었다.

은실의 죽음을 알고 달려간 동주는 하인의 제지로 집에 들어갈 수 없었다. 부모님은 자결한 딸의 장례를 조용히 치르기로 했다. 먼발치에서 동주는 소리 소문 없이 하인의 지게에 실려 나가는 은실을 보았다. 동주는 하인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은실이 무덤에 묻히는 모습을 가슴을 도려내며 지켜보고 있었다.

하인들이 돌아가고 난 후 동주는 밤이 샐 때까지 은실의 무덤 앞에서 하염없이 울었다. 생각할수록 자신의 행동이 한심했고, 은실이 가여웠다. 동주는 매일 밤 낮 은실의 무덤을 찾아갔다. 평소의 동주답지 않게 옷매무세도 흐트러지고 넋을 잃은 표정에 눈의 초점도 흐렸다. 동주가 걱정하는 단짝 소섭 만이 그의 곁을 지켰다.

마음을 잡지 못하고 술에 취해 사는 동주가 걱정되어 그는 언젠가부터 동주를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고 있었다. 동주는 저녁이 되면 은실의 무덤으로 가서 동이 훤하게 터 올라도 내려오지 않았다. 소섭이 겨우 끌어야만 못 이긴 듯 따라 왔다.

그날도 그랬다. 밤이 이슥하도록 동주는 은실의 무덤 앞에 앉아 있었다. 은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오늘따라 동주는 말을 많이 했다. 자꾸만 내려가라는 동주의 재촉 때문에 그는 저만치 숨어 있다가 깜박 잠이 들었다.

지저귀는 새소리에 화들짝 놀라 잠이 깨니 해가 중천에 떠 있었고 소섭의 몸은 땀으로 흥건히 젖어있었다. 그는 문득 동주 생각이 나서 은실의 무덤을 보았다. 다행히 그는 그곳에서 잠이 들어 있었다. 슬픔이 아무리 커도 몇 날 며칠 밤을 새웠으니 잠을 이길 수 없을 만도 하다고 생각하자 오히려 다행인 것 같았다. 하지만 이대로 그를 두고 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소섭은 동주를 깨우려고 다가갔다. 그러다가 그는 그만 뒤로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동주는 은실의 무덤 앞에서 자결한 채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자신의 잘못을 깨달아 죄책감에 견딜 수 없었던 무원은 마을에서 사라졌다. 풍문으로 그는 어느 절로 들어갔다는 소문도 들렸다.

몇 년 후 소섭은 일주일이 넘도록 같은 꿈에 시달리고 있었다. 밤마다 꿈에 동주가 나타났다. 파리한 얼굴에 슬픔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나를 은실에게 데려다 줘!’애절하게 한마디를 남기고 그는 사라지곤 했다. 항상 꿈에 동주를 만난 곳은 취한대 앞이었다. 그는 이제 밤이 두려웠다. 죽은 친구의 꿈이 무서워 밤을 새우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어느새 또 깜박 잠이 들면 꿈에 동주가 나타났다. 동주의 애절한 부탁과 슬픈 표정이 너무나 또렷해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어느 날 소섭은 동주의 고향을 찾아갔다. 날마다 꿈에 나타나는 동주의 무덤에 가 보려는 것이었다. 하인을 따라 나지막한 언덕에 자리한 동주의 무덤으로 갔다. 햇살이 잘 드는 따뜻한 곳이었다.

소섭은 동주의 무덤 앞에 술을 한 잔 올렸다.

동주야! 이렇게 양지바른 곳에 잘 있으면서 왜 자꾸 내 꿈에 나타나, 나한테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거야? 말해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다 해 줄게.”

동주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산비둘기 한 마리가 구구하며 푸드덕 날아들었다. 소섭이 돌아보았을 때 산비둘기가 날아든 그곳에 동주가 있었다. 허름한 복장에 슬픈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분명 동주였다.

아니, 동주야! 너 동주 맞지?”

깜짝 놀란 소섭이 눈을 부릅떠 다시 보았다. 하지만 그는 보이지 않았다. 동주가 있던 그 자리에는 작은 소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었다.

이거였구나!”

소섭은 무릎을 탁, 쳤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은실의 무덤을 찾아갔다. 아니나 다를까 은실의 무덤 옆에도 작은 소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었다. 그는 소나무를 조심스럽게 분을 떠 산에서 가지고 내려왔다. 동주의 무덤에서 가지고 온 소나무와 은실의 무덤에서 가지고 온 소나무를 소섭은 취한대 앞에 나란히 심었다. 평소 둘이 앉아 죽계천의 물그림자를 바라보며 행복해하던 그들의 모습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이제 됐지? 둘이 영원히 여기서 행복하게 잘 살아!”

그날 밤 그는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족두리를 쓴 은실과 사모관대를 입은 동주가 취한대 앞에서 혼례를 치르고 있었다. 은실의 옷은 마치의 선녀의 옷처럼 나풀거렸다. 서로 애틋한 눈으로 바라보며 둘은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둘의 모습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다. 그 위로 둥근 쌍무지개가 떠서 그들의 혼인을 축복해 주는 것 같았다.

세월이 흘렀다. 소수서원에서는 두 나무가 너무 가까이 붙어 있어 나무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옮겨 심었다. 그 이후 나무는 몸을 기울이며 서로에게로 다가가 자라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새 나무에 생긴 옹이를 두고 서로 입 맞추듯 서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은 죽음까지 가를 수 없었던 그들의 애절한 사랑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언젠가부터 그 나무는연인소나무로 불려 지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사이의 연인들은 이 나무 아래에서 사랑을 맹세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 사이로연인소나무아래에서 사랑을 맹세하면 어떤 고난이 와도 이겨내고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소문이 돌았다. 하나 둘 연인 소나무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더러는 역경을 딛고 이겨낸 사랑이 고마워서 다시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떤 이는 건강을, 자손을, 또는 자신의 앞날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도 하나씩 생겨났다. ‘연인소나무는 이제 영험한 소나무가 되었다.

벌들이 만발하게 피어있는 꽃을 찾는 어느 화창한 봄날 선비촌이 들썩 거렸다. 고택 앞마당에서 전통혼례가 있는 날이었다.

신부 이혜지 양과 신랑 민우석 군의 결혼식이었다. 우석의 집안은 할아버지 대대로 큰 사업을 하는 유지였고 혜지는 엄마와 단 둘이 사는 가난한 집 딸이었다. 좋은 집안과 사돈을 맺고 싶었던 우석의 부모님은 둘의 결혼을 반대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둘을 떼어 놓으려고 그의 아버지는 우석을 미국 유학까지 보냈으나 혜지는 6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한 마음으로 우석을 기다렸다. 오랜 세월 변함없는 둘의 사랑에 부모님도 그들을 인정해 주었다. 우석이 돌아와 결혼 승낙을 받아 축복의 결혼식을 올리는 날이었다.

혜지와 우석은 소수서원 연인소나무가 자신들의 사랑을 이루게 했다고 생각했다. 헤어지기 전 두 사람이 간절하게 빌었기에 그 소원을 들어줬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 옆에 있는 선비촌에서 전통혼례로 백년가약을 맺고 싶었다. 전날 미리 선비촌에 도착해 고택에서 숙박을 하며 별이 쏟아지는 고즈넉한 고택에서 신혼의 꿈을 키웠다. 다음날 아침 둘이 함께 결혼식 날 아침을 맞았다. 말을 탄 새신랑 우석의 늠름한 모습 뒤로 연지곤지를 찍은 예쁜 새색시 혜지의 가마가 따르고 있었다. 가마의 열린 문 사이로 수줍게 웃는 새색시의 모습은 봄꽃보다 예뻤다. 그 옆을 두 명의 수모가 따랐고 가마 뒤로 하객들이 길게 줄을 이었다.

고택 마당에 차려진 혼례상을 앞에 두고 마주 선 두 사람의 머리 위로 한 쌍의 비둘기가 날아오르고 있었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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